오늘은 편안하게 한잔 할 수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이제 막 두 번 방문해서, 아직은 낯선 장소이지만 방문할 때마다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던 바bar다.
첫 번째 방문에는 오랜 친구와 둘이 가서 원형의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눴었고,
두 번째 방문에는 인스타그램에서 알게 된 친구와 바 테이블에서 어색하면서도 묘하게 익숙한 첫 만남을 치렀다.
아직 혼자서 방문해본 적은 없지만, 혼자 술을 하러 가기에도 전혀 부담이 없는 편안한 공간이었다.
📍2층, 104-2 양평로 영등포구 서울특별시
2nd Floor, 104-2 Yangpyeong-ro, Yeongdeungpo-gu, Seoul
위치는 당산역과 선유도역 중간쯤의 대로변 건물에 있다.
조금 더 가까운 건 선유도역.
양평로를 걷다 보면 간판이 작게 걸려있다.
따스한 간판 빛깔에 시리게 파란 텍스트 색감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간판을 따라 건물 옆면으로 더 들어가면 2층으로 올라가는 출입구를 찾을 수 있다.
이브 노래방으로 내려가서는 안 된다.
간판 글자와 같은 푸른빛으로 칠해진 문과 나무 명패, 흰 벽의 조화가 예쁘다.
첫인상인 간판에서부터 나는 두근거렸는데, 이 문을 열자니 마음이 더 떨린다.
들어서면 널찍한 공간이 펼쳐지는데, 술을 진열해 둔 모양새가 매우 눈에 띈다.
보통은 수납장에 켜켜이 쌓여 있는데, 이곳은 너무 바르고 예쁜 간격으로 술들이 줄지어 있었다.
바의 조명과 음향에도 정성을 많이 쓰셨다는 게 한눈에 느껴졌다.
그다음으로 내 눈길을 사로잡았던 건 이 도서 진열대였다.
까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비롯해서 여러 권의 도스토옙스키 작품들이 있었고,
(그러면서도 톨스토이의 책은 없다는 점이 좋았다ㅋㅋ 내가 못 찾은 것일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내가 사랑하는 보르헤스의 책이 꽃혀 있었다.
보르헤스를 향한 내 사랑은 눈먼 사랑 같은 것인데, 왜냐면 나는 여전히 그의 작품을 잘 모르겠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나는 그의 작품이며 그의 말들이 너무 좋다.
“Siempre imaginé que el Paraíso sería algún tipo de biblioteca.”
José Luis Borjes
"나는 늘 낙원이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거라 상상했어요"라는 보르헤스의 말을 참 좋아한다. 천국(Heaven)이나 유토피아도 아니고 낙원(Paradise)을 선택한 그가 너무나 사랑스럽다. 태초의 우리가 행복했던 곳. 그런 곳이 온갖 말과 지식의 축적 결과인 도서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거란 말은 또 어찌나 즐겁게 모순되는지.
보르헤스는 이곳에서 만나게 된 친구와 나를 이어주었던 키워드이기도 하다.
그다음으로 눈길을 그는 자리는 6인 정도가 모여 앉을 수 있는 스크린 앞자리.
스크린에는 바에 울려 퍼지는 음악의 뮤직비디오나 공연 영상이 올라온다.
바 이순의 메뉴판.
다양한 위스키와 진을 구비하고 있고, 간소하지만 테킬라와 맥주, 와인 메뉴도 있다.
음식은 와인 플레이트만 있다.
첫 방문 때 친구와는 칵테일을 마셨다.
친구가 마셨던 이 핑크빛 칵테일의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나는 진 피즈를 마셨다.
여름엔 라임 베이스 칵테일이 최고다.
사장님이 곁들임 스낵으로 초콜릿을 두 알씩 주고 가셨다. 냠.
두 번째 방문했을 때의 동행인은 이미 이순에 여러 차례 방문해서 사장님과 편안한 사이로 보였다.
코스트코에서 봄베이 블랙베리를 구해와서 사장님과 함께 맛을 보았다.
물론 콜키지 금액이 있었다. 금액은 내가 안 내서 잘 모르겠고, 콜키지가 원래 가능한 것인지도 확신은 없다. ㅎ_ㅎ
봄베이 블랙베리를 진토닉으로도 한 잔씩 하고 나서는 헤이먼스 진토닉을 한잔씩 했다.
사장님 말씀으론 헤이먼스 진토닉을 좋아해서 이것만 마시고 가는 고객들도 꽤 많다고 했다.
부드럽고 에너자이징 되는 듯한 느낌..🔥
다음번에 팀 동료와 함께 다시 오고 싶단 생각을 했다.
음악도 좋아하고 책도 좋아하고 술도 좋아하는.
그리고 친구의 핑크빛 칵테일의 이름을 아실 것 같은 분이 계시다면.. 좀 알려주고 가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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