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당신을 위한 요약
맛: 최고
가격: 상당하다. 칵테일 18,000원~
분위기: 퇴근길 혼술 가능, 술에 관심 많은 친구와 즐거운 시간 가능
재방문의사: 데리고 가고픈 사람 얼굴이 세 개 정도 떠올랐다
특이점: jazzy한 화장실
터덜터덜,, 공덕 마지막 퇴근길,,
우리는 이 동네를 떠나고 싶지 않다,,
도꼭지에서 솥밥을 먹고 배회하던 우리,,
나는 다년간의 구글맵투어 짬바를 발휘하여 쌓아 두었던 투고(to-go) 리스트를 동료에게 꺼내 보였다.
우리의 목적지는 칵테일바.
📍서울특별시 마포구 대흥로 80-15 2F (Seoul, Mapo-gu, Daeheung-ro, 80-15 2F)
대흥역에서 3분 거리에 있다.
공덕역에서는 걸어서 10~15분 정도 걸린다.
입구는 길눈이 어두운 나에게 다소 찾기 어려웠다.
안보여요,,
앤티도트의 입구로 올라가는 길에서
합정에서 친구와 자주 가는 안티플랜 바가 떠올랐다.
탕탕탕탕 철계단을 오르면 아지트처럼 있던 안티플랜 바와 같이 약간은 숨겨진 곳에 자리한 게 앤티도트 바의 매력.
우리는 바체어에 앉았다. 이것저것 물어보고 주워들을 수 있도록 바텐더 분과 가까이 앉는 것을 선호한다.
이곳은 앉자마자 주전부리를 내어주셨다.
음.. 주문도 하기 전에 웰컴 크래커.. 섬세하다.
작은 제스처이지만 분명히 환영받는다는 인상을 준다.
나는 이 바의 메뉴판의 섬세함에 약간 감동받았기 때문에, 크게 하나를 더 올린다.
내게 감동 주었던 것들을 임팩트 순으로 나열해보자면 이러하다.
- 창의적인 메뉴
: 나는 새로운 시도들이 너무 좋다. - 그 메뉴들의 참신한 범주화
: 이 감수성 뭐야 뭐야... 단일 음료뿐 아니라 큐레이션에서도 이들만의 창의성과 노고가 느껴진다. - 1 page 메뉴임에도 상당한 정보량
: 1 page 구성을 위해서 얼마나 고심했을까? - Chambéry, Piña
: 나는 그간 얼마나 많은 pina colada들을 마주치며 안타까워했던가,, 이들은 분명 세계 칵테일 메뉴뿐 아니라 각국 문화에도 관심을 갖고 있음에 틀림없다 (넘겨짚기) - 절제된 이미지와 폰트의 사용
: 적재적소에 최소한으로 너무 예쁘게 잘 사용했다. - 조화로운 줄 간격과 정렬
: 인쇄물의 완성도까지도 이 정도로 확인하는 사람들이라면 본업은 어떻겠습니까,, 기대가 됩니다,, - 정확하게 쓰인 문장부호
: 배우신 분들입니다. - 정확하게 구분해 사용한 대문자와 소문자
: 배우신 분들입니다. (2)
우리의 첫 잔
- 기쁨 - Chambérry Fizz (18,000원)
- 외로움 - O'Bana (18,000원)
보통 칵테일바에 가면 안 마셔본 메뉴는 1-2개 발견할 수 있나,,
이곳의 칵테일 메뉴는 다 이곳만의 레시피여서 다른 곳에서 맛보았던 메뉴는 없었다.
그래서 우리의 고민은 깊고 깊었는데, 다행히 바텐더분께서 이런저런 취향을 확인해가며 메뉴를 추천해주셨다.
나는 샹베리 피즈를 마시고 동료는 오바나를 마셨다.
미취학 아동 수준으로 호기심이 많은 동료와 나는 이런저런 것들을 물어보았는데,
바텐더분은 언제나 늘 친절하고 세심하게 답해주셨다.
에센스 오일로 보이는 병들에 대해서 여쭈어보았는데,
음료 가향에 쓰기 위해서 직접 만들거나 구매해 사용하신다며 직접 꺼내 보여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자리에 앉자마자 주셨던 스낵 중 저 검은 알은 올리브가 아니라 초코볼이었다는 사실,,
이쑤시개 달라고 말할 타이밍만 보고 있었는데,, 올리브가 아니었다. ㅎㅋㅋㅋㅋㅋㅋ
사실, 음료를 서브해줄 때 담음새는 물론 잔의 선택에도 무심한 카페나 바를 자주 본다.
앤티도트는 음료의 성격이나 스타일에 따라서 잔을 고심해 골라 서브해주어 좋았다.
예를 들어 첫 잔으로 마셨던 샹베리 피즈는 옅은 탄산이 있는 음료였는데, 길고 입구가 좁은 잔에 주셨다.
거품 방울이 솟아오르는 모습을 보는 재미도 주고, 탄산을 좀 더 오래 즐길 수 있는 선택이다.
그리고 잔 속의 얼음도 직접 얼려 사용하시는 것 같았는데, 어떻게 하신 건지 얼음이 잔에 딱 달라붙어 있어 칵테일을 마시는 동안 얼음이 달그락거리지 않았다.
그냥 와라라락 털어 마시는 술이 아니라 이렇게 준비해나가는 과정들을 관찰하고, 어떤 고민들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었는지 유추해보며 마시는 재미가 있었다.
다음으로 마셨던 것은 체리향 칵테일
- 사랑 - Tadow (18,000원)
이 칵테일은 묵직하고 찐덕한 식감이었는데, 넓고 납작한 잔에 담아주셨다.
잔이 낮아서 꾸덕한데도 마시기 편했고, 진하고 붉은 색감이 잘 살아나는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처음 보는 단어라서 구글에 찾아봤다가, 내가 자주 듣던 음악의 곡명이라는 걸 알게 됐다.
유튜브 뮤직에서 좋아요까지 해놓았던 걸 보고 흠칫하였다.
AI 음악 추천 이전의 시대에는 가수의 이름과 곡명을 꿰고 있었는데, 기술이 나를 무지성 음악소비자로 만들고 말았구나.
Tadow의 의미를 여쭈어보니, 실제로 FKJ & Masego의 곡명에서 따오셨다고 한다.
게다가 이 칵테일을 주문하면 이 음악과 함께 서브해주신다고..
출퇴근길에 듣던 음악을 앤티도트에서 붉은 칵테일을 눈앞에 두고 듣자니 감회가 새로웠다.
.
호기심왕인 나는,, 이 칵테일에 쓰인 리큐어도 여쭈어봤다.
혹시 내가 10년 전에 폴란드에서 맛보았던 체리 보드카(Soplica Wiśniowa)가 들어간 건 아닐까 싶어서.
Tadow에 사용된 리큐어는 Luxardo라는 이탈리아제 리큐어였다.
패키지가 너무 예뻤다.
같은 브랜드에서 나오는 체리 절임도 칵테일에 올려주셨는데 이 체리 정말 맛있다..!
씹으면 톡하고 터지는 식감이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그러나 나는 배스킨라빈스 체리쥬빌레도 품는 사람,,)
Luxardo는 맛있다는 걸 알게되었지만 나로서는 영영 구할 수 없는 리큐어겠지..
마치 Passoa와 같이 말이야..
그리고 사담인데, 룩사르도는 내가 이날 난생처음으로 본 리큐어였는데
요즘 세계문학 읽기를 함께하고 있는 분이 이순이라는 바에서 룩사르도를 찍어 스토리에 올리셔서 둘이 깜짝 놀랐다.
과연 우리는 어디까지 통할 것인가,, 우리 언제 술 한잔 합시다,,
다시, 앤티도트 이야기로 돌아가서..
동료가 마셨던 오크향 입힌 칵테일도 아주 멋졌는데, 내 소관이 아니라서,, 자랑할 수가 없구나..
앤티도트는 음료의 맛이나 매장의 멋진 분위기뿐이 아니라 세심하고 정성스런 서비스가 참 좋았다.
(잠시 화장실에 가서 jazz를 감상하는 동안 음료를 냉장고에 보관해주셨다 꺼내주신다던지..)
특히, 세심함은 상당한 사전 지식을 갖추고 충분한 시간을 들여 고민해야 보여줄 수 있는 것이라서 더 소중하다.
앤티도트에서의 경험은 전반적으로 너무나 즐거웠다.
소중한 친구들을 하나둘씩 데리고 꼭 다시 찾아가고 싶은 바.
실제로 그 다음날 나는 D에게 나와 꼭 가보아야 할 곳이 있다고 연락했다.
끝.
관련 포스트
앤티도트 가기 전에 온갖 찬사 쏟아내며 먹은 솥밥
[도꼭지] 공덕인이 강추한 솥밥집 (신수동/대흥역/공덕역)
한날한시 나와 다른 공간에서 Luxardo를 마시던 그와 하고 있는 독서모임 이야기
https://brunch.co.kr/magazine/invisibleboo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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