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당신을 위한 요약
맛: 매우 좋다
가격: 좋다 (두 가지 맛 4,000원 / 배스킨라빈스 더블주니어가 4,700원인 시대라구요)
위치: 좋다 (역에서 도보 5분)
재방문 의사: 많다
특이점: 사장님이 친절하고 이상해..
직장동료와 을밀대에서 평양냉면을 점심으로 먹고
후식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녹기전에] 라는 아이스크림집을 갔다.
을밀대에서는 걸어서 1분 거리에 있다.
⏱ 월~토 12:00-22:00 / 일요일 -20:00) 화요일 휴무
을밀대 냉면 줄 서면서 사먹기에 안성맞춤인데
오픈 시간이 12시인 게 아쉽다.
을밀대랑 같이 열어주시겠어요,,?
우리는 냉면을 먹고 나니 12시가 막 지난 시각이라
사장님이 정시 오픈했기를 고대하며
아이스크림집으로 향했다.
[녹기 전에]는 간판이 따로 없다.
간판 대신 시계가 걸려있다.
간소화의 멋진 예시 같다.
그렇다,,
우리가 냉면을 삭제하고 아이스크림집 문을 두드린 시각
12시 14분,,
직장인 점심시간은 바쁘다구,,
엣헴 하고 들어선 이곳.
알록달록하고 산뜻한 공간을 기대하였으나
고소한 기름 냄새가 인상 깊었다.
카페 한켠에서 녹두전을 팔고 있었던 것이었다.
녹두전 한 장 4,000원.
동행인과 나는 짐짓 당혹하였으나 태연한 척 대화하였다.
"여기는 녹두전도 파네요."
"그러게요. 안 그래도 아까 녹두전 먹고 싶었는데."
우리는 을밀대에서 평양냉면에 녹두전을 곁들이고 싶었으나
직장인의 얇은 지갑 사정과 녹두전의 가격(10,000원) 때문에 포기한 바 있었다.
그때 사장님이 적절히 대화에 끼어들었다.
"저희 집이 원래 녹두전 전문입니다."
"오.. 정말요?"
"아닙니다."
음. 역시.
예사롭지 않은 곳이다.
이 아이스크림 가게에 발 들인
본래의 이유를 우리는 잊지 말아야 했다.
냉동고로 다가가 아이스크림을 찬찬히 둘러보았다.
생각보다도 훨씬 다양한 메뉴.
메뉴는 날마다 다르고 한다.
우리가 갔던 날의 메뉴는 10종이었다.
이천쌀, 녹두, 볶은 들깨, 공덕동 막걸리, 녹전 마, 깻잎, 떡 흑임자, 태종대 식혜, 딸기, 블루베리
그리고 날마다 바뀌는 메뉴를 따로 공지한다고 한다.
보통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공지하는데,
이곳은 노션을 통해서 오늘의 메뉴를 공지하고 있다. (정성)
오늘의 메뉴 확인 링크: https://bit.ly/before_it_melts_world
오늘의 메뉴 안내가 무척이나 소상하고 친절하다.
특히 섬세함을 느낀 부분은
우유가 들어갔는지 아닌지도 구분하여 공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채식주의자, 특히 비건이라면 반길만 하다.
그리고 포장용기를 씻어 가 재포장해가면 할인도 해주고 있었다.
나는 수줍고 떨리는 마음으로
준비해 간 텀블러(스탠리 어드벤처 진공 미니 머그 236미리)를 내밀었다.
사장님은 텀블러를 보고는 곤혹스러워하셨다.
원래는 여러 기술적 어려움으로 인하여
텀블러에 담기가 힘들다고 하셨다.
오늘만은 담아주시겠다며 담아주셨다.
두 가지 맛 4,000원이라는 가격은 꽤나 매력적이다.
저렴하다고도 할 수 있겠다.
(요즘 배스킨라빈스에서도 두 가지 맛을 담아 먹으면 4,700원이라는 점.)
내가 고른 맛은 '녹두 맛'과 '깻잎 맛'
그리고 맛보기 1스푼도 주셨다.
1스푼은 '막걸리 맛'을 맛봤다.
이 가게에는 3팀 정도가 앉을 테이블이 있다.
우리는 창가 테이블에 앉았다.
햇살이 살포시 들어 내려앉은 사월의 12시.
낭만적이야.
다시 회사만 안 갈 수 있다면
조금 더 행복했을 텐데.
창가 작은 서가에는 아이스크림, 젤라또와 관련된 책들이 나란히 줄 서 있다.
손님들의 방명록도 가지런히 꽂혀있어
나도 한마디 해보았다.
무엇을 남기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존재론적 욕구랄까.
손님들의 존재론적 갈망들은 차곡차곡 모여
가게 한켠의 자리를 얌전히 차지하고 있었다.
어쩐지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게다가 방명록 노트로 웬아이워즈영을 쓰고 있어서
귀여움과 반가움까지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문구 브랜드...!
https://wheniwasyoung.kr/
녹두 맛 아이스크림은 매우 친숙한 맛이면서도 낯설었다.
늘 떡으로만 즐기던 녹두 맛을
시원하고 부드러운 아이스크림으로 즐기니 새롭게 느껴졌다.
적당히 씹히는 녹두 알들이 주는 식감도 재미있었다.
깻잎 맛 아이스크림은 아주 새로운 맛이었다.
깻잎을 달게 먹어본 사람은 잘 없지 않을까.
동행인은 깻잎 맛과 쌀맛을 함께 먹으니
쌈의 맛이 느껴진다 했다.
한국인은 뭐든 싸 먹고 말지,, 암,,
어떤 음식에 대해서 이렇게 확장적인 해석을 할 수 있다니,
그리고 그 맛을 이렇게 메마르고 건조한 직장 점심시간에 볼 수 있다니,
너무 황홀한 경험이었다.
한참을 감격하며 아이스크림을 먹는데
또 한 가지 놀라운 점이 있었다.
텀블러에 아이스크림 담아 먹으니
아이스크림이 녹지 않았다.
내가 알기로 4월 1일(❕오늘❕)부터 매장 내 일회용품 전면 금지인데
아이스크림집은 해당사항이 없는가,
문득 궁금하다.
이참에 매장 내 다회용 용기는 이중스테인레스 제품을 도입하시는 건 어떨까요 사장님.
손님들이 아이스크림 첫맛에 감동하고
이런저런 감탄사를 주고받고
시답잖은 말로 낄낄대며 방명록을 끄적이는
그 오랜동안에도
사장님의 소중한 아이스크림이 흘러내리지 않는답니다.
아이스크림 한입에 햇살 한 모금
그렇게 즐거운 한낮을 보내다가도
1시에 가까워지는 시계를 바라보며
초조해하던 그때.
거뭇한 수염이 인상적인 할머님이 다가와
녹두전 한 조각을 맛보기라며 주고 가셨다.
역시 이곳은 예사로운 곳이 아니야..
약간은 무서워..
녹두전은 명절이 생각나는 맛이었다.
엄마,, 올해 설날에 집에 못 가서 미안혀,,
눈물이 조금 나네,,
시간은 어느덧 12시 50분.
회사로 돌아가는 길,
이 아이스크림 가게가 더 알고 싶어졌다.
인스타그램을 뒤적이다가 이때서야 알았다.
오늘은 만우절이었고,
이 모든 녹두가 사실은 농담이었음을.
사장님은 어리둥절해하는 진지한 손님 둘을 바라보며
얼마나 갑갑하셨을꼬.
어쩔 수가 없었읍니다,,,
차가운 직장인의 심장을 갖게 되어버린 지 오래,,,
우리의 입꼬리는 급여 입금 알람에만 반응하여요,,
노잼으로 폐끼침에 송구스러워졌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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